‘OOO처럼쓰기’ 모임은 대가의 명문장을 읽고 그 형식을 따르면서 자기 문장을 만들어보는 과정입니다. 수십 년간 기자생활 후 불혹을 훨씬 넘겨서 소설가로 등단한 김훈은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 2004년 <화장>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습니다. 2005년엔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 문학상, 2007년 <남한산성>으로 대산문학상도 수상했습니다.
‘칼의 노래’를 심사했던 위원들은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평을 했었지요. 김훈은 백만 부 이상 팔린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을 ‘꽃이 피었다’로 할지, ‘꽃이 피었다’로 할 지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조사 하나를 놓고 어떻게 쓸지를 놓고 몹시 애를 태우며 고민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칼의 노래>라는 소설의 첫 문장을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고 썼는데, 그 전에는 “꽃은 피었다”라고 써놨어요. 다 써놓고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고심참담한 끝에 “꽃이 피었다”라고 고친 거예요.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는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것은 ‘Flower bloom’이라는 물리적 사실을, 그 꽃이 피었다는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것이고, ‘꽃은 피었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는 물리적 사실에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주관적 정서가 들어가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꽃은 피었다’라고 말할 때 그 말하는 자의 정서의 내용이 뭔지는 알 수 없어요. 그것은 그만 아는 거예요. ‘꽃이 피었다’라는 것은 사실을 진술하는 문장이고, ‘꽃은 피었다’는 것은 의견이나 정서를 진술하는 문장인 것이죠. 그러니까 조사 한 마디에 따라서 세계가 달라져버리는 것이죠. 내가 쓰고자 원했던 문장은 ‘꽃이 피었다’였어요.” - <글쓰기의 최소원칙> 김훈 인터뷰, '문학적 글쓰기는 하나의 전략이다'
김훈은 원고지에 연필로 한 글자씩 눌러쓰면서 책 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글을 쓸 때 사실인지, 의견인지, 사실에 바탕을 둔 의견인지, 아니면 단순히 욕망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묻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8권을 보면서 “책 속에 있는 그 길과 세상의 길을 연결”시려는 김훈의 노력을 살펴볼까요?
접속사는 물론이고, 형용사와 부사를 쓰지 않고 주어와 서술어로만으로 쓰고 싶다는 작가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뼈대만 남아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질서정연하게 풀어가는 김훈의 글을 마주하면서 우리도 글 쓰는 자의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문장 구조와 의미를 파악할 때까지 여러 번 보면서 분석한 후, 내 글감을 가지고 대가처럼 글쓰기 해보면 어떨까요? 매주 제시되는 다섯줄 내외의 5문단을 분석하고, 필사하고, 유사작문하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온라인 참여 가능)
김훈(1948~현재)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 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했다.(1966년). 2학년 때 우연히 바이런과 셸리를 읽은 것이 너무 좋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외과에 뜻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영시를 읽으며 영문과로 전과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동기생들이 4학년 올라갈 때 그는 영문과 2학년생이 되었다. 영문과로 옮기고 나서 한 학년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니까 여동생도 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이 어려운 상태라 한 집안에 대학생 두 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닥닥 긁어 보니까 한 사람 등록금이 겨우 나오길래 김훈은 "내가 보니 넌 대학을 안 다니면 인간이 못 될 것 같으니, 이 돈을 가지고 대학에 다녀라"라고 말하며 그 돈을 여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운영 안내
- 매주 쓸 양식은 모임 전에 온라인으로 제공됩니다.
- 운영자는 각 주마다 주어진 책에서 5개의 단락을 제시합니다. 참가자는 그 중 마음에 드는 형태를 골라 2개 이상 작문을 합니다.
- 모임에서는 써온 글을 각자 낭독, 다른 사람 작문의 좋은 점을 찾아서 칭찬합니다.
- 온라인 참여도 가능합니다. (과제를 올리고, 다른 회원들의 글에 피드백을 합니다.)
온라인 참여
- 참여자는 작문을 한 후 카카오톡 단체톡방에 올립니다.
- 진행자는 작문에 대한 피드백을 녹음파일로 보내드립니다.
- 추가로 오프라인 모임의 진행 과정을 전체 녹음하여 제공해 드립니다.
(※ 온라인 참여자는 결제 금액의 일부(2만원)가 마일리지로 환급되오니 신청 후 02-318-2032 로 연락주세요.)
일정 안내
1회(5월 12일) - 칼의 노래(문학동네, 2014)
2회(5월 19일) - 남한산성(학고재, 2017)
3회(5월 26일) - 강산무진(문학동네, 2006)
4회(6월 2일) - 내가 읽은 책과 세상(푸른숲, 2004)
5회(6월 9일) - 개(푸른숲, 2005)
6회(6월 16일) - 자전거여행 1(문학동네, 2014)
7회(6월 23일) - 연필로 쓰기(문학동네, 2019)
8회(6월 30일) -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 2015)
모임 안내
일정 : 위 일정 참고
시간 : 오후 3시 - 5시 (온라인 참여도 가능하나, 매주 작문 제출해야 합니다.)
장소 : 숭례문학당 8층
인원 : 13명 내외 (선착순)
문의 : 이메일(soominluck@naver.com)
모임 리더 : 오수민
숙명여대 의류학과 이학박사로 경북대, 숙명여대, 청주대에서 강의를 하다가 숭례문학당을 통해 독서, 서평쓰기, 글쓰기의 즐거움에 빠졌다. 독서토론 리더. <교양북클럽>, <책읽기를 위한 책읽기>, <레 미제라블 독파하기>, <니코스 카잔차스키 전작 읽기>, <혐오와 수치심> 등 모임 진행. 성인대상 100일 글쓰기 운영, 청소년/어린이 대상 30일 글쓰기 운영, 책통자 아이들 교사, 중부대 글쓰기 캠프, 전남교육연수원 독서-글쓰기 연수, 안양석수도서관 서평쓰기 교실 외. 삼인출판사 주관 서평대회 우수상(18년 9월 12일). 블로그 https://blog.naver.com/soominluck
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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