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하루 전 ‘어른도 그림책’ 단톡방에 톡이 올라왔다.
- 오늘 토론 하는 날 아닌가요?
- 아! 오늘 화요일이구나...ㅜㅜ ㅋㅋ
- ㅎㅎ 네, 수요일이요.
- ㅋㅋ 그러게요 너무 기다렸나 봐요. 내일 뵈요~~~ ^^
회원들의 기다림 속에 온라인 ‘어른도 그림책’ 깊이읽기 2기가 시작되었다. 1기 때 참여했던 회원 4명과 2기에 새롭게 참여하는 이들과 진행자 총 9명이다. 2기 그림책 토론 반응은 어떨까. 기대와 설렘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10분전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그림책벗님들, 인사부터가 뜨겁다.
1강에서 토론 할 그림책은 레오리오니의 <프레드릭>이다. 먼저 작가소개와 그의 다른 그림책 소개를 했다. 각 그림책의 그림 몇 컷을 올렸을 뿐인데 레오리오니의 그림책에 홀릭 되는 분위기다. 급기야 그림책 전작 토론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초반부터 열기가 심상치 않다. 별점 또한 4~4.8점 높다.
- 우리는 들쥐처럼 살아야 할 때도 있고, 프레드릭처럼 살아야 할 때도 있다. 두 가지 삶 방식 모두 필요하고 중요하다. 만약, 내가 그 중 한 가지 방식의 삶만 살 줄 안다면, 그때가 '함께'가 필요한 순간이다. 가족, 배우자, 친구, 그 밖의 공동체에서 꼭 다른 역할을 해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들쥐 가족이 프레드릭과 싸우지 않았다는 점이고, 두번째 놀라웠던 점은 프레드릭이 마지막에 "나도 알아"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자존감 높은 프레드릭과 프레드릭을 허용할 줄 아는 들쥐가족 모두 칭찬해주고 싶다.
- 열 번 넘게 읽었지만 언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읽을수록 프레드릭의 매력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프레드릭이 고생하는 들쥐가족은 나몰라라 하고 탱자탱자 노는 것 같아 불편했는데, 우리 삶에 필요한 양식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다. 궁극의 결핍 속에서 찾게 되는 것은 희망이다. 그런 희망은 물질보다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술이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지 프레드릭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글밥이 많지 않지만 분명한 메세지를 전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읽기가 쉽지 않다는 면도 있다.
- 들쥐들이 서로 견제하지 않고 나누어 먹고 먹을 것이 다 떨어졌을때에는 프레드릭이 들려주는 시를 들으며 배고픔도 달래는 욕구를 예술로 채우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 초1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이지만 깊이 있는 철학책이다. 일, 소수자, 나눔, 예술 등 다양한 키워드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콜라주 기법의 그림도 다른 그림책과 차별되는 점이었고 프레드릭과 들쥐가족들의 기분을 눈으로 표현한 점이 넘 재미있었다.
- 서로를 비난하거나 편 가르지 않고 넉넉하게 인정해주고 허용. 서로의 특성과 성향을 인정해주는 점이 인상 깊었다.
-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 들어요. 어른만큼 깊이 있게 읽기가 어렵지만 그 또래에서 읽고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어렵지 않게 일깨워주는 책인 것 같아요. 철학적 사고를 하게끔 하는..삶이 일상에 지칠 때 한번 쯤 읽어보면 힐링이 될듯~~
짧은 그림책을 보고 다양한 소감들이 포텐 터지듯 쏟아졌다. 프레드릭이 던진 화두, 우리 삶에 필요한 양식은 무엇인지. 궁극의 결핍 속에서 찾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그림책 토론을 하면서 깊게 읽고 그림을 감상한다. 그림책은 더 이상 유아,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아빠, 행복해?>저자 윤석윤, 윤영선, 최병일. 이들의 나이는 모두 60세가 넘는다. 이들은 책에서 그림책에 대해 언급한다. 그림책을 두고 겸손함의 지혜를 일깨워 주는 책이라 말하는데. 세 명의 저자가 말하는 그림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 윤영선: 그림책의 특징은 순수성입니다. 그 순수성으로 마음껏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 바로 그림책이죠. 정답을 찾는 데만 익숙해진 저로서는 그림책을 갖고 토론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 윤석윤: 문학적인 측면에서 상상력을 넓혀주죠. 글이 굉장히 적잖아요. 글이 적은 부분을 그림이 커버해주죠. 그림을 보고 감각적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이야기해야 하죠. 딱딱해진 생각이 그림책을 보고 토론하면서 말랑말랑해지는 거죠. 특히 나이든 사람들은 더 그럴 것 같아요. (…) 그림책은 정해진 생각만을 반복했던 어른들을 교정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림의 역할이 크죠.
- 최병일: 1000편의 논문보다 한 편의 그림책이 사람들에게 더 깊은 감동과 감화를 줍니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강력한 메시지가 있고 우리가 곱씹어야 할 내용들이 많이 있죠. 저는 그림책의 가치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프레드릭> 토론에 빠져 2시간이 훌쩍 흘렀다. 선택찬반 논제의 비율도 좋았다. 논쟁의 지점이 선택하기 힘들 정도로 생각을 하게 한다. 이분법적이지 않아서 더 힘들다. 흑백논리가 아닌 공감한다, 공감하기 어렵다의 선택이다. 공감하기 어렵다는 나와 다른 입장의 공감이다. 1%라도 더 기우는 쪽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정말 힘들었나보다. 급기야 ‘들프’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현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서히 열기를 잠재우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 토론에 참여한 그림책벗님(토론 중에 나온 명칭)들의 소감을 들어보자.
- 아이들에게도 고정관념을 깨뜨려줘야 할 듯 해여~
- 여러번 토론해도 매번 새로운 책이네요. 오늘도 경청하며 많이 배웠습니다.
- 오늘 첫 토론인데 너무 재밌었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 신선한 의견과 유머감각 특히 놀라웠고요! 오늘 이동 중에 하느라 대화집중 조금 소홀해서 아쉽습니다. 오늘의 유행어 들프 마음 고이 안고 갑니다.. ㅋㅋ
- 앞만 보고 달려가다 잠시 한숨 돌리게 해주는 그림책이 프레드릭인거 같아요. 오늘 토론도 저에게 쉼표가 되고 에너지가 되는 시간 이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또 기다릴께요.
- 오늘도 책 새롭게 보고 갑니다. 그림책 깊이 읽기 좋아요~
- 제가 다른 온토도 했었는데 이 곳 그림책방은 분위기가 확 다르네요. ㅎㅎ. 그림책벗님들이라 그럴까요? 참신하고 다양한 의견에 놀랐습니다. 더 열씨미 토론하겠습니다.
- 프레드릭은 언제 토론해도 너무 행복해지는 책입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구요. 우리 사회에 프레드릭과 들쥐 가족은 공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느 위치에서든 '나 다운'것에 한정짓지 않고 그때그때 유연하게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들쥐로 살았다고 계속 들쥐처럼 일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함께 토론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 그림책벗님들 덕분에 2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사랑해요
- 네네 담주도 넘 기대됩니다^^
토론 다음날 그림책 토론에 참여했던 분 중 한명이 전화를 했다. 그림책 토론에 참여 하게 되어 감사했단다. 참여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림책은 아이들 책이니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라 한다. 도서관에 가서 레오리오니의 모든 그림책을 찾아보겠단다. 소장도 하고 싶단다. 그림책 토론이어서인지 분위기가 천진난만하고 생기가 넘치는 방이었다고 다른 온토 방에서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토론 내용이 너무 좋아 톡방에서 했던 토론 대화를 모두 저장하고 다시 읽겠다고 했다.
다음주는 사라 스튜어트의 <리디아의 정원>이다. <리디아의 정원>에서는 어떤 토론의 꽃이 피어날까. ‘어른도 그림책’ 토론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 / 류경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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