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서양철학사> 강좌를 시작하며



철학이랑 친해보실래요?

 

철학을 주제로 대화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 오랫동안 들어온 철학자 이름을 우리는 왜 한 번도 꺼내지 못할까. 말할 이유도, 부를 이유도 없는 철학과 철학자들을 왜 우린 책 속에서 숱하게 만나야 할까. 어차피 매번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알고 지내면 더 좋지 않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철학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평생을 바쳐 철학을 해온 철학자들의 깊이는 훗날을 위해 조금 내려놓고, 그들이 주장하는 말을 우리의 언어로 통역하여 핵심부터 알아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많은 철학자들이 이 땅에 살다 갔다는데, 그들의 이름부터 들어봅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며 세상은 변한다고 하는데, 파르메니데스는 존재는 하나이고 불변이라며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뇌 과학을 공부하는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해 이 두 철학자들의 이름을 꺼내 듭니다. 본래 철학과 과학은 한 몸이었기 때문입니다철학에서 과학이 어떻게 분리되고, 철학에서 심리학은 어떻게 분열한 건지도 알아보며, 유명 철학자 개개인의 대표 철학도 두루 봅니다. 철학과 역사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당시의 역사적 사건, 사회상, 문화, 예술, 문학 등도 병행해서 알아보고 여러 철학자들끼리 어떠한 사상적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이렇게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철학 이론을 공부하는 동안 우리는 철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철학과 사유는 같은 것이기에 이론 공부를 하고 사색을 하는 동안 우리 자신의 견해를 확립하게 됩니다자신의 견해를 정립한다는 것은 살면서 숱하게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과 사건 앞에서 지금의 관점과 결정이 훗날에도 여전히 유용하거나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철학 고전을 응용하고 해석하는 수많은 책들을 마주하고 있고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동일한 문제들을 보고 있습니다.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사유 할 수 있게 하는 철학의 힘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철학으로 따분해지지 않게, 너무 피상적이거나 부족한 통찰로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경계하며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철학을 생각합니다.

첫 걸음은 <러셀 서양철학사>입니다. 철학을 처음 시작할 때 ‘철학사’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는 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듯이 먼저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철학에는 점진적인 발전과정이 아닌 서로 다른 철학이 존재할 뿐이지만 사조의 흐름을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 또 그 과정에서 흥미를 끄는 학파나 학자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의 의미가 큽니다. 

러셀의 철학사는 이러한 의미에서 오랜 시간 검증을 거쳐 인정을 받은 다른 몇몇 철학사와 함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러셀의 철학사가 갖는 몇 가지 장점은 쉬운 철학을 표방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조금 더 부합합니다. 러셀의 철학사는 철학의 배경을 이루는 사회사와 역사의 개요가 같이 서술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1950년 러셀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선정 이유로 인용되었던 책인 만큼 문학서와 같은 편안함도 있습니다. 

러셀 특유의 지성이 놀라운 분석력으로 우리를 철학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분석력이 러셀 개인의 시각을 드러내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경이로운 지식인을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기쁨은 여전합니다. 이러한 장점들에 기대어 러셀의 서양철학사와 함께 천천히 여유 있게 철학하는,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로 거듭나 보기로 합니다.

/ 박수현, 러셀의 <서양철학사> 강좌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