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그림일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곽정윤 님이 그간에 그리고 쓴 그림일기를 모아 책으로 펴냈습니다.
작품과 후기를 공유합니다.
그림일기를 시작하게 된 건 밥벌이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던 5년 전쯤 부터였다. 오늘의 지겨움을 그림으로 승화(?)시켜 볼까하는 조금은 생뚱맞은 생각이 시작이었다. 매일 그리지는 못했다. 특별한 일이 있거나 투덜대고 싶은 날 낙서하듯 그렸다. 그러다 2018년 숭례문학당 1일 1그림일기를 만났다.
반강제(?) 의무감으로 그리면 매일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은 그릴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 날은 책이나 페북에서 읽은 좋은 글을 적고 여행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소품을 그리며 지속하는 힘을 키웠다. 그렇게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점점 소재 걱정 없이 그리며 몰입의 기쁨을 알게 되니 그림 그리는 시간이 즐거웠다. 또 글쓰기가 버거운 내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조금씩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그림을 단톡방에 올리면 도반들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고 코치님의 따뜻한 총평으로 마무리되는 하루는 설렘이었다.
그렇게 자신감을 얻어 그동안 그린 그림일기를 책으로 묶어낸다. 조금 부끄럽지만 뿌듯함도 크다. 그리고 오늘 20기 첫날, 난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다.
2020. 5. 1. 곽정윤
추천사. 모임 리더 육은주
2018년 8월 20일, 숭례문학당 그림일기 과정이 처음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을 표현하는 소소한 그림습관을 만들기 위한 온라인 모임이다. 참여하신 학인님들은 독일, 베트남, 일산, 부천 등 나라와 지역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하루 동안 일어난 감정과 일상을 그림일기로 그렸다. 진행방법은 30일 동안 자정 전까지 자유그림 1점과 그림에 대한 단상을 올리면 된다. 매일 다른 미션에 따라 소소한 일상, 틀에 박힌 일상을 뒤흔들어 보면서 그 안에서 느끼는 기쁨과 환희, 감동과 슬픔, 때론 분노의 감정까지 다채롭게 그렸다.
그렇게 숭례문학당 그림일기 1기 정기모임에서 곽정윤님을 처음 만났다. 밝은 갈색머리에 화사한 미소, 금방 작품을 찍고 온 사진작가처럼 스타일이 예사롭지 않았다. 정윤님과 참여하신 분들은 각자 한달 동안 매일 그리고 톡방에 올린 자신의 그림일기 북을 직접 펼쳐보고 서로의 그림에 진심어린 칭찬을 나누었다. 누구보다 독특한 그림과 글들로 가득한 정윤님의 ‘그림일기’는 학인님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면서 감탄을 불러냈다. 그렇게 숭례문학당 그림일기 코치인 나와 인연이 되었다. 정윤님이 놀라운 것은 1기에서 12기까지 365일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일기를 그린 일이다. 그리고 현재 2020년 5월, 20기에도 함께 하고 있다.
정윤님의 그림일기에는 그만의 감정과 느낌이 공존한다. 하나는 고독이다.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뇌와 고독이 때론 정열적인 빨강으로, 때론 무거운 검정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 고독은 슬프거나 외로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찬란하게 아름답다.
다른 하나는 불의에 대한 분노다. 권력에 의해 부정되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때론 냉철하게, 때론 우화적으로 드러낸다. 그에 맞춤옷인양 함께 쓴 글들은 어두운 세상을 향해 들어 올린 등처럼 희망으로 깊은 여운을 더한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람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다. 정윤님의 그림일기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상처 받은 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아직도 일본정부와 싸우고 있는 위안부 할머님들,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려 고인이 된 故김용균님에 대한 슬픔과 위로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그림과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다. 정윤님의 그림일기로 데이빗호크니, 레옹스필레르, 미로코마치코 등 독특한 화가들의 삶과 그들의 명화가 이 시대에 재연된다. 이어 재즈, 국악 등 숨겨진 음악과 영화, 공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여행을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이렇게 365일 하루하루 쌓여진 <하루 그림>은 예술가 곽정윤님의 한정판 ‘플래시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