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리더과정 52기 수강후기


사람이 변화를 결심하는 순간은 현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찰나의 불편함은 짧게 지나가고 현실의 익숙함으로 돌아간다. 누구나 변화를 꿈꾸고 계획을 세우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들었다. 실천하지 않는 꿈만 가득한 계획 세우기에 지쳐갈 때쯤 돈을 쓰기로 했다. 혼자 보다는 수업을 들으면서 함께 공부하면 한 단계는 올라서겠지 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실행했다. 그렇게 ‘52타이틀을 달았다. 주부로 지내면서 사회적인 소속감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그것도 무려 52번째 기수가 되었다니 시작도 하기전에 뿌듯함이 넘쳐 흘렸다. 개인적으로 숭례문학당에서 커다란 목줄 명찰도 하나 만들어 줬음 싶었다. 시작할 때 목에 걸고있다가 프로그램 끝나면 걷어가는 그런 명찰, 안 걷어가서 무심히 집에 쌓여 있던 내 이름 쓰인 그런 명찰의 소속감이 그리웠다.

내 취미는 독서다. 흔하고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실제 하는 사람은 얼마없는 독서가 취미인데, 문제는 책 읽느라 바쁘다는 말을 못하고 산다. 골프, 등산, 기타, 바느질같은 취미는 결과물이 있거나 어딘가로 가서 해야 한다. 책은 집에서 읽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티가 안 난다. 왜 바쁘냐고 물으면 책읽느라 바쁘다고 답하고 무슨 책을 읽냐 물어서 제목을 말하면 그 책을 왜 읽냐고 묻는다. 그러게 나는 왜 읽을까? 순전히 좋아서 하는 일인 취미를 매일 의심해야 한다. 내 취미는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독서 수업을 듣겠다는 결정에 가족들은 의아해 했다. 코로나 시기에 어렵게 개설된 주말 수업은 가족들 도움 없이는 수강이 불가능 했기에 모두의 동의를 구하는게 먼저 였다. 그렇게 8주 과정을 시작했다.

8주는 빡쎘다. 8권의 책을 매주 1, 논제 2, 2분 스피치, 자신이 발표하는 순서에 논제 4개를 작성하는게 과정이다. 과정을 한 줄로 써보니 별거 아니지만 논제는 시간 잡아먹는 하마였다. 그림책부터 사회, 고전, 소설등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논제를 써야 한다. 작성한 논제는 학우들과 카톡에서 고쳤다. 말이 아닌 글로 하는 첨삭은 느리지만 예의를 지키며 우아하게 진행됐다. 논제를 하나 하나 꼼꼼히 읽고 다시 생각해 보고 조심스레 조언하는 한줄 한줄을 되새겨 보면서 단문 쓰기, 주술 호응, 문장사이 밀도 높은 질문이 만들어 졌다! 생각하고 숙제를 내면 선생님의 첨삭이 날아온다. 초록 덧창과 빨간줄은 나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놓는다. 낯설었던 학우들은 어설픈 논제 고치기로 익숙해져 갔다. 논제는 우리를 평등하게 만들어 줬다.

8권의 책이 나를 얼만큼 성장 시켰는지 수료증이 말해 주진 않는다. 다만 나는 내 성장과 변화를 안다. 이제 밑줄 그으며 책을 읽고 저자의 의견에 질문을 하고 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과정은 끝이났지만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학우들이 남았다. 취미를 독서가 아닌 독서토론이라고 바꿔말해야 겠다. 책과 인연만큼 사람과 만남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리더과정을 기대하게 한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숭례문 리더 과정을 듣기까지 5년이 걸렸다, 누군가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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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8주 과정을 완주할 수 있어 저 자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진득하게 앉아서 이룬 것이라 참 기뻤습니다.

우선, 리더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좋은 논제 뽑기의 위력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논제를 뽑으면서, 책에 대해 더 전체적이고도 세밀하게 읽어나가는 연습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문학과 비문학 논제 뽑기의 차이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경영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리더과정을 하면서 논제의 수준이 좋아졌다는 평을 참가자들로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업과 관련된 일을 해오다 보니 주로 읽었던 책들이 경영경제서적들이었습니다. 그 결과, 문학서적들을 읽는 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리더과정을 통해 문학책들을 진득하게 앉아 읽는 끈기를 체득하게 되어 성장의 모멘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문학책들을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도록 애를 써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덧붙여, 2분 스피치를 통해서 듣는 사람 위주의 말하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자연스러운 진행에 대해서 보다 더 노력을 기울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이번 온라인 수업이 매우 좋았습니다. 대면으로 진행할 경우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훨씬 적은 에너지로 과정을 수료하게 되어서 행운이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숭례문학당에서 지방 거주자들을 위해서 온라인 수업을 편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꼼꼼한 피드백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최병일 선생님과 친절한 진행으로 파이팅을 북돋워주신 오수민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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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단비가 키우는 새싹


심봤다!”

심마니가 외칠 법한 한마디를 외쳤다. 외침의 이유는 이미 십 여년 전부터 존재는 알았던 숭례문학당에서 줌 강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서였다. 유달리 기쁜 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서울과 가장 먼 거리를 두고 있는 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물리적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등록한 독토입문반과 이어지는 독토리더반은 나의 오랜 찜하기와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독토리더반은 8주동안 열렸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라는 간단한 그림책 독서토론을 시작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까지 매주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독서토론이 진행되었다. 독서토론만 진행된다면 편안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터이지만, 아무래도 리더 과정이다 보니, 각각의 책마다 논제를 발문하는 과제부터 한 가지 주제로 구성한 자신만의 2분 스피치를 해야 했다. , 과정 중에 2번은 진행자가 되어 보는 실습의 시간도 있었다. 거의 20여 년 간을 초등, 중등 논술 교사로 살아온 나의 경우엔 어린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편하게 말하는 습관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조직이 있는 프랜차이즈 논술이 아니어서 더더욱 20명 이상의 많은 성인들 앞에서 말해본 경험이 거의 30년 만이었다. 이런 낯섬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8주 동안 매번 어떤 내용의 발표든지 해야 했기에, 이 과정에서 낯설다’, ‘어색하다를 겨우 깰 수 있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이 부분에서 숭례문학당의 독토리더과정이 그 첫 균열의 시작을 열어주었다는 점이 독토리더과정을 끝내면서 내게 남은 가장 큰 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만의 생각이 자기를 넘어 세상과 만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갖추어진 말하기가 필요하다. 공식적 말하기를 할만한 공간의 부족, 이로 인한 경험의 부족을 절감했고, 왜 스스로 더욱 갖추어진 말하기를 하고자 노력해야 하는지도 절감했던 시간이었다.

갖추어진 말하기의 경험 이외에도 좋았던 점이 더 있다. 나의 경우엔 그동안에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수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항상 내가 만나는 학생들을 위한 책읽기에 급급한 측면이 매우 컸다. 이런 결과는 항상 책을 읽고 있긴 하지만 주로 초등학생들의 책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을 위한 책들을 위주로 읽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관성에 빠져 있는 동안은 그것이 문제라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숭례문학당의 일련의 과정을 밟으면서 청소년 대상의 책을 넘어서는 책들을 다시 읽게 되었다. 좋은 책은 좋은 책으로서 만의 울림은 엄청난 법인데, 좋은 책을 성인들끼리 함께 읽는다는 것은 꽤나 신선했다. 그동안은 성인 대상의 책을 읽더라도 혼자 읽었고, 현실에 당면한 숙제 같은 책읽기를 하느라 대부분은 청소년 대상의 책만 읽어왔던 내게는 다시 시작하기와 같았다. 내가 처음 책에 홀려서 책을 읽었던 14살의 그 시절처럼, 다시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책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작이었고, 출발점이 되어준 독토리더과정이었다.

나한테 필요한 경험이고 좋은 경험으로 독토리더과정이 남았기에 다음 과정인 독토심화과정도 등록한 지금, 이 후기를 쓰고 있다. 하나의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고, 다음 과정도 기대중이다. ‘독토입문으로 시작한 숭례문학당과의 만남은 갈라진 땅바닥을 적시는 단비와 같았다. ‘단비를 맞는 동안 땅바닥은 갈라진 틈을 메우고 푸릇한 싹을 돋아 낼 듯하다. 다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단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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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 리더 과정이 신선했습니다. 논제 만드는 것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작업이지만 이 과정이 책을 더 집중해서 읽게됩니다. 논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심화과정을 신청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힘들 것 같아요. 제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교수님과 선생님을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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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9일 숭례문학당 독서토론 리더과정 52기 과정 첫 수업이 줌으로 시작됐다. 아이들도 어리고 집도 경기도 이천이라 숭례문학당까지 가서 수업을 듣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던 차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처음 줌으로 수업이 개설된 것이다. 인원은 20. 처음부터 끝까지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빠졌다 돌아오신 분만 빼면 거의 대부분의 멤버가 마지막 수업까지 함께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던 수업은 어느새 종착역에 도착했다.

처음 3주 정도는 전에 이천 시립도서관에서 들었던 독서토론 리더 양성과정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논제를 내는 것도 그리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큰 착각이었다. 뒤로 가면 갈수록 논제의 형식뿐 아니라 실효성까지 따지다 보니 논제 만들기는 더욱 어렵게 다가왔다. 살짝 자만에 빠질 뻔 했던 마음은 어느새 초심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더욱이 함께한 52기 멤버들의 눈부신 발전과정은 나를 매번 자극했다. 나도 제자리에만 있을 수 없었다.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퇴고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논제뿐만 아니라 2분 스피치를 통해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2분 스피치는 2분 동안 전달하고자 하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3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하면 적당하다는 기술도 배웠다. 독서토론 리더로써 2분 스피치는 패널을 집중시키고 독서토론을 매끄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2분 스피치를 직접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은 실전만이 진짜 지식임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마지막 수업에서 2분 스피치를 발표했던 동기들의 능수능란함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만난 8권의 책은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2052기 동기들과 함께 읽고 논제도 내고 토론하며 정이 깊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특히 마지막에 읽었던 자유론은 우리의 기를 꺾어 놓기도 했지만 겸손함을 되새기도록 돕기도 했다. 숭례문학당 독서토론 리더과정이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결정되었을지 조금은 예상할 수 있었다. 이제라도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무엇보다 한 명 한 명 너무나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는 기회를 만났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싶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해내겠다는 열정이 없었다면 8강까지 무사히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멋진 수업과 동기들 그리고 끝까지 올 수 있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신 최병일 선생님과 오수민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수업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우리는 숭례문학당 독서토론 리더과정 52라는 튼튼한 끈으로 묶여 책이라는 것을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는 그날까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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